🗂️ 목차
- 멜버른에서 한 시간, 안개 속으로 떠나는 짧은 여행
- 댄든롱 레인지스의 자연과 정원: 숨 쉬는 초록의 세계
- 아기자기한 마을과 레트로 감성, 퍼핑 빌리 기차
- 숲과 함께 머무는 여행, 댄든롱에서의 하루
1. 멜버른에서 한 시간, 안개 속으로 떠나는 짧은 여행
호주 빅토리아주를 여행한다면, 대도시 멜버른의 활기 넘치는 거리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소도시와 자연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댄든롱 레인지스(Dandenong Ranges)는 멜버른에서 차로 단 한 시간 거리로,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도시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짙은 안개와 함께 울창한 산림이 펼쳐진다. 댄든롱은 빅토리아주에서 가장 오래된 산악 지대 중 하나로, 해발은 높지 않지만 고요한 숲과 습윤한 공기로 가득하다.
특히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댄든롱을 찾으면, 안개가 숲 사이를 흐르며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을 만들어낸다. 숲길을 따라 걸으면, 부드러운 흙냄새와 차가운 나무 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은 마치 환상적인 세계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준다. 복잡한 멜버른의 도심과는 전혀 다른, 느리고 깊은 호흡의 공간이 바로 이곳이다.
2. 댄든롱 레인지스의 자연과 정원: 숨 쉬는 초록의 세계
댄든롱 지역의 가장 큰 매력은 단연 숲과 정원이다. 이곳에는 여러 국립공원과 보호구역이 있으며, 그중에서도 댄든롱 레인지스 국립공원(Dandenong Ranges National Park)이 대표적이다. 울창한 고사리와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다양한 조류와 야생동물들이 자유롭게 살아간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라이어버드(호주 고유종으로 다른 동물 소리를 흉내 내는 새)를 운 좋게 만나볼 수도 있다.
또한, 댄든롱은 아름다운 정원으로도 유명하다. 알프레드 니콜라스 가든(Alfred Nicholas Memorial Gardens), 클라우드힐 가든(Cloudehill Gardens) 같은 곳은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색으로 물든다. 특히 가을에는 붉은 단풍이, 봄에는 철쭉과 로도덴드론(진달래과 식물)이 피어나 환상적인 풍경을 만든다. 이곳의 정원들은 단순히 식물을 심어놓은 공간이 아니라, 숲과 정원, 그리고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예술 작품 같은 곳이다.
트레킹 코스도 잘 마련되어 있어, 짧게는 30분짜리 산책로부터 길게는 하루 종일 걸을 수 있는 트레일까지 다양하다. 댄든롱에선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고, 어느 길을 택하든지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풍경을 만나게 된다.
3. 아기자기한 마을과 레트로 감성, 퍼핑 빌리 기차
댄든롱에는 자연뿐만 아니라, 시간이 멈춘 듯한 아기자기한 마을들도 숨어 있다. 특히 올린다(Olinda), 색스빌(Sassafras), 칼리스타(Callista) 같은 작은 마을들은 소박하고 따뜻한 매력을 지녔다. 이곳에서는 수제 케이크 가게, 앤티크 숍, 아기자기한 티룸(Tea Room) 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영국 시골 마을을 연상케 하는 이 작은 가게들은, 여행자들에게 바쁜 걸음을 잠시 멈추고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게 만든다.
그리고 댄든롱 하면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퍼핑 빌리 철도(Puffing Billy Railway)다. 19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이 증기기관차는 지금도 매일 승객을 태우고 천천히 산속을 달린다. 열차에 앉아 흔들리는 나무들과 안개 자욱한 숲을 바라보면, 마치 100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든다. 퍼핑 빌리의 가장 유명한 포즈는, 객차 창문에 다리를 걸치고 느긋하게 풍경을 즐기는 것. 댄든롱을 대표하는 로컬 체험 중 하나다.
4. 숲과 함께 머무는 여행, 댄든롱에서의 하루
댄든롱을 하루 만에 다녀오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지역의 진짜 매력을 느끼려면 최소 1박은 추천한다. 숲 속에 자리한 코티지형 숙소나 B&B(Bed & Breakfast)에 머물면, 창밖으로 아침 안개가 스며들고, 새소리로 눈을 뜨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일부 숙소에서는 벽난로가 있는 객실을 제공하기도 해, 특히 겨울철에는 따뜻한 난로 불빛 아래 조용히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밤이 되면 도시의 불빛 하나 없이 까만 숲속에 별빛만 반짝이고,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숲이 내뿜는 냄새가 더욱 짙어진다. 자연 속에 완전히 녹아드는 감각은, 도시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매혹적인 경험이다.
댄든롱은 멜버른이라는 대도시 바로 옆에 있지만,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빠름보다는 느림,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인공물보다는 자연 그 자체가 중심이 되는 곳. 호주를 여행하면서 대자연을 가까이에서, 또 따뜻하게 체험하고 싶다면, 댄든롱 레인지스는 꼭 한 번 발을 들여놓아야 할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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