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무렌(Mürren) – 절벽 위에 숨겨진 자동차 없는 마을
- 무렌에서 만나는 알프스의 진짜 얼굴
- 자동차 대신 케이블카, 무렌의 특별한 이동수단
- 무렌 여행의 매력과 추천 코스
1. 무렌(Mürren) – 절벽 위에 숨겨진 자동차 없는 마을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 빼어난 자연경관과 평화로운 산악 마을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무렌(Mürren)은 스위스 내에서도 가장 독특한 매력을 지닌 작은 마을이다. 베른 고원지대(베르너 오버란트) 지역에 위치한 무렌은 해발 약 1,650미터 고지대에 자리하고 있으며, 주변으로 융프라우(Jungfrau), 묀히(Mönch), 아이거(Eiger) 같은 알프스 3대 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의 위치를 자랑한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무렌이 자동차 통행이 전면 금지된 마을이라는 사실이다. 이곳은 오직 케이블카, 열차, 도보로만 접근할 수 있다. 덕분에 자동차 소음 하나 없는 이 마을은 오롯이 자연의 소리와 사람들의 잔잔한 일상만이 흐르는 공간이 되었다.
무렌은 원래 19세기 초 스위스 내 등산 애호가들과 여름 휴양객들 사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곳이다. 겨울철에는 스키 리조트로도 유명하지만, 사실 무렌의 진가는 눈 덮인 겨울뿐 아니라 싱그러운 초여름과 선선한 가을에도 진하게 드러난다. 자동차가 없는 대신, 마을 곳곳을 천천히 걸으며 집집마다 피어난 꽃과 목가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들어간 듯한 기분을 주는 무렌은, 여유를 찾고 싶은 여행자에게 완벽한 곳이다.
2. 무렌에서 만나는 알프스의 진짜 얼굴
무렌에 발을 디디는 순간, 알프스의 압도적인 위용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대다수의 관광지에서는 멀리서 알프스를 바라보기 마련이지만, 무렌에서는 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특히 무렌의 전망대에서는 아이거, 묀히, 융프라우 삼봉이 마치 거대한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곳은 사진작가나 하이킹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비경으로 꼽힌다.
무렌을 방문하면 반드시 걸어봐야 할 코스 중 하나는 ‘노스페이스 트레일(North Face Trail)’이다. 약 2~3시간 정도 소요되는 이 트레일은 무렌을 출발해 주변 목장지대와 작은 산골 마을들을 경유하는데, 코스 내내 알프스의 거대한 설봉과 초록빛 고원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고산지대의 맑은 공기, 야생화 가득한 들판, 멀리서 들려오는 방울 소리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또한, 무렌은 하이킹뿐 아니라 패러글라이딩, 암벽 등반 같은 액티비티를 즐기기에도 최적의 장소다. 특히,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무렌과 알프스의 풍경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3. 자동차 대신 케이블카, 무렌의 특별한 이동수단
무렌의 매력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이동 수단’이다. 무렌에는 도로가 없기 때문에 마을로 들어가려면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가장 일반적인 루트는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에서 출발해 그륀델발트(Grütschalp)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이후 작은 산악열차를 타고 무렌까지 이어진다. 이 여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여행이다. 케이블카 창문 밖으로 보이는 가파른 절벽과 계곡, 폭포의 장관은 감탄을 자아낸다.
또 다른 루트로는 스테헬베르크(Stechelberg)에서 직접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 이 경로는 조금 더 직선적이고 빠르며, 도중에 아름다운 트륌멜바흐 폭포(Trümmelbach Falls)도 둘러볼 수 있어 추천할 만하다. 무렌 마을 안에서는 자전거를 타거나 도보로만 이동할 수 있다. 거리는 작지만, 골목골목 아기자기한 샵과 카페, 전통 샬레 스타일의 목조 주택들이 줄지어 있어 천천히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4. 무렌 여행의 매력과 추천 코스
무렌 여행은 속도와 효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여행 스타일과는 정반대에 있다. 이곳에서는 시간마저도 느릿느릿 흐르는 듯하다. 마을 한가운데 작은 호텔이나 B&B에 묵으며 아침마다 알프스 설산을 마주하는 경험, 로컬 레스토랑에서 치즈 퐁듀나 알프스 전통 요리를 맛보는 여유, 그리고 해 질 무렵 마을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바라보는 감동이 무렌만의 매력이다.
추천하는 하루 코스는 이렇다. 오전에는 노스페이스 트레일을 따라 가벼운 하이킹을 즐긴 뒤, 마을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와 홈메이드 케이크로 휴식을 취한다. 오후에는 무렌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바로 이어지는 슈틸호른(Schilthorn) 정상까지 올라가 보자. 영화 007 시리즈 '여왕 폐하 대작전' 촬영지로 유명한 슈틸호른 정상은 해발 2,970m에 위치해 있으며, 360도 파노라마 전망이 압권이다.
만약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무렌 인근의 기타 작은 마을, 예를 들어 길메르발트(Gimmelwald)까지 짧은 트레킹을 해보는 것도 좋다. 이웃 마을은 더욱 한적하고 소박하여, 무렌보다도 더 깊은 스위스 산악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무렌은 화려하지 않지만, 바로 그 소박함과 고요함 덕분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될 것이다. 자동차 소음 하나 없이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이 작은 절벽 위 마을에서, 진짜 스위스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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